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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눈길 걸으며
작성자 : 작성일 : 2025-02-09조회 : 4

눈길 걸으며

조금 전 만 해도 맑은 햇살이 비췄었다

정안이 하원 시간이 되어 창밖을 보니, 이게 무슨 조화람!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큼지막한 눈송이가 참 탐스럽고 아름답다

저런 모습을 보며, 시인들은 눈꽃 송이라 표현했나 보다

이럴 때는 풍광을 감상하며 걸어가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집안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밖은 전혀 다른 세계다

추위는 물론, 세찬 바람과 눈 폭탄이 길을 막는다. 눈은 벌써 발목까지 쌓여간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이 내리는 눈은 보기 드물다. 세찬 눈보라를 헤치며 나가려니, 걸음 속도가 느려진다

가야 할 길은 3~4km는 족히 되는데 말이다. 이러다 늦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급해진다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해 보지만, 별 진척이 없다. 이럴 바에는 즐기면서 천천히 가리라

느긋한 마음으로 걸으니 오히려 속도가 더 빠르다. 세찬 눈보라를 빠르게 돌파하려면 그만큼 저항을 거세게 받는다

반면 속도를 늦추면 저항이 약하니 속도가 더 날수밖에! 힘도 덜 들이고 속도는 빠르니 일석이조(一石二鳥)

누구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기분이 참 좋다

뒤돌아보니, 오로지 내 발자국만 선명하게 찍혀 있다. 잠시 후면 저 발자국도 내리는 눈에 덮여 흔적을 지워갈 것이다

세상만사 다 그런 거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무마다 눈꽃이 만개해 있다

이렇게 멋질 줄이야! 절로 탄성이 나온다. 기분 좋으니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오늘도~ 걷는 다 마는 정처 없는 이 발~~ ~~나온 자국마다 눈물 고 였~~” 

가수 고 백년설 님이 불렀던 국민 애창곡 나그네 설움이라는 노래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40년 발표한 트로트의 고전 같은 노래다

품어줄 조국도 위로자도 없는 나그네 된 백성의 설움을 담은 곡이다.

유난히 설움 많았던 민족인지라 제목부터 누구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래이기도 하다

또한, 지독히 가난하던 시절 객지로 나가 고생하던 사람들을 위로한 곡이기도 하다

어머니도 종종 부르곤 하셨다. 그건 그렇고 목사인 내가 이 순간에 찬송을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등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표현한 찬송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풍광에 어울리지 않는 우울한 트로트를 흥얼거리다니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애매한 미소가 지어진다. 가사 첫 소절을 다시 음미해 본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정해진 처소 없이 그냥 걷고 또 걷는 무의미한 발걸음이다

갈 곳 없는 인생살이 고단한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1:2) 전도서 기자의 탄식도 떠오른다

고단하고 힘들게 걸어가지만, 헛된 것이 인생이라는 거다. 주님 만나지 못했을 때의 내 모습이다

정처 없이 다니는 사람을 나그네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은 정처가 다 있다

다만 정처는 있는데, 그곳을 모르고 걷는 것이기에 갈 곳 없는 나그네라 느낄 뿐이다

나그네의 삶은 막연하고 두렵고 서러운 법이다. 어디든 내 집이 아니기다

다리 한번 뻗고 편히 쉴 수도 없다. 반겨주는 사람도 없다. 걸어보지 않은 길이니,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다

가는 곳마다 가시와 엉겅퀴는 왜 그리 많은지! 주님을 영접하지 못했을 때의 눈물뿐인 나의 모습 아니던가

생각이 이에 미치니 새삼 주님을 향한 뜨거운 감사의 눈물이 흐른다

절망과 좌절의 눈물이 감사의 눈물이 된 것이다. 정처도 없고 막연하기만 했던 인생길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하던 지난날의 발자국이 뇌리를 스친다

지금은 정처 없이 걷는 나그네가 아니다. 나는 어엿한 천국 시민이요 이 땅 순례자다

죽기까지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이 기다리고 계신 본향도 있다

내 인생길 정처 없는 무의미한 걸음 아닌 행복한 설레임으로 걷는 걸음이다

앞으로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것이다. 하지만, 서러움도 두려움도 없다

그 길에는 언제나 안전한 보호자요, 인도자 되시는 주님이 함께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행복감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어린이집 문 앞이다. 놀랍게도 세차게 내리던 눈이 뚝! 그친다.

 

사랑방이야기 제 547눈길 걸으며

글쓴이 : 이 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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