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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나님의 사람, 맛깔나는 신앙생활, 흥겨운 성도의 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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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그래도 나는?
작성자 : 작성일 : 2024-09-29조회 : 3

그래도 나는?’

몸이 찌뿌등 한 것이 컨디션이 엉망이다. 기름진 명절 음식을 과하게 섭취한 모양이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올해도 절제에 실패한 것 같다. 식탐의 기세는 나이가 들어도 꺾일 줄 모른다

혈당과 혈압을 측정해 본다. 마지노선으로 설정해놓은 수치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출근하는 아내의 아침인 과일을 깎아놓고, 계란을 삶는다.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던 밥을 렌지에 데워 식탁에 올려놓는다

반찬은 서너 가지 소분(小分)하여 모둠 접시에 담는다. 이것이 나의 아침 모습이다

오늘따라 흰 쌀밥이 눈에 들어온다. 혈당을 체크 한 후라 그런 것 같다

쌀밥은 맛있고 보기 좋지만, 당뇨환자에게는 금기 식품 1호다. 흰쌀밥은 당분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주일 교회 점심으로 흰쌀밥을 제공한다. 나는 성도들의 건강을 위해 잡곡밥을 하는 것이 좋겠다 했다

그런데 아내의 생각은 달랐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성도들이 맛있는 식사를 즐기게 하려는 배려차원에서, 흰쌀밥을 해야 한다는 거다

한주에 쌀밥 한 끼 정도는 건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일리 있는 말이라, 그리하기로 동의한 것이다

교회 점심 식사하고 남는 밥이며 반찬은 내 차지가 된다

주로 혼자서 식사하기에 어떤 때는 금요일까지 먹을 때도 있다

오늘이 금요일인데도 두어 끼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양이 남아있다

그동안 명절 음식을 먹었고, 주일 식사 인원도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식사하려니 혈당수치가 어른거린다. 그러니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없다

내 인생 몇 번 있을까? 말까? 입맛도 나지 않는다. 그나마 적게 덜었으니 다행이다

음식은 절대 남기지 않는다는 식사 신조를 어길 뻔했다

출근 준비하는 아내에게 이제 교회에서 남는 밥은, 식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엊그제 고모님 댁에 갔을 때 식혜를 큰 패트병으로 세 개나 담아주셨다

아니! 만들기도 어려운 식혜를 이렇게 많이 만들어주시냐고 했더니, 음식 중 식혜가 가장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

그 말을 기억하고 아내도 부담 없이 만들어 주리라 생각했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아내는 그걸 어떻게 매주 만들라는 거냐며, 당신이 배워서 만들어 드시라 한다. 어이가 없다. 너무나 서운하기까지 하다

가볍게 던진 말이 무거운 핀잔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나를 모르나? 내가 식혜를 어떻게 만들어 먹어!”라며 퉁명스럽게 말을 던졌다

배우면 되지 왜 못한다고만 하셔!”라는 또 한 번의 핀잔을 들었다

상황이 확대될 것 같은 조짐에 입을 닫고, 그 정도로 마무리했다

배워서 해 드시라는 말에 왜 서운해하는 걸까? 배워서 하면 못할 것도 없는데

그리 생각하니 서운해하는 내가 오히려 이상해지는 느낌이 든다

당연히 식혜는 아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고정관념과 편견은 좋은 관계를 파괴하기 쉽다

사람은 생각의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내 생각만 옳다 주장하게 되니, 그럴 수밖에

내가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것에는, 한가지 요인이 더 있다

지나온 결혼생활을 돌아보면 아내에게 말을 건네서, 칭찬받은 것은 20%, 핀잔은 80% 정도인 것 같다

웬만하면 좋은 소리 듣기 쉽지 않다는 거다. 남편들 말 안 하는 것은, 손해 보는 장사 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러고 보면 할 말 다 못하고 사는 남편들이 불쌍하다

식혜 해프닝은 남편인 나에 대한 만족보다, 불만이 더 많다는 일면을 보여 준 것이기에 씁쓸하다

물론 주관적 채점이기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내를 만족시킨 것이 20% 정도라면 내가 80% 책망받아도 싸다

그런데 나는 아내를 향해 그와는 정반대다. 칭찬 80% 책망 20%

아내는 인정 안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내에게 20% 정도밖에 채워주지 못했다는 것, 늘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서운한 감정은 피해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서운함이 늘어간다.”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소한 일에 삐치기를 잘하는 나를 보면 머리를 끄덕거리게 된다

그리하지 말자! 다짐하지만, 지켜질 때가 별로 없다. 달리 생각해보면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안이에게 체면 다 내려놓고 갖은 애교를 떨며 구애(求愛)한다

녀석은 티니핑보느라 냉정하게 할아버지 가!”라 한다. 그 말이 그렇게 서운할 수 없다

그토록 사랑하기 때문에, 당연히 사랑받으리라는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공식이 없는 것 같다. 많이 주고 적게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주님은 사랑 주시고 나를 대신하여, 저주의 십자가에 달리기까지 하셨다

그래서 사랑은 많이 손해 볼수록 많이 사랑한 것이다

그것이 공식 아니겠는가? 받으려고 사랑하는 것이 아닐 때, 비로소 사랑의 기쁨과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아내가 만들어준 식혜가 먹고 싶다.

 

사랑방이야기 제 531그래도 나는?’

글쓴이 : 이 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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