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좋은교회

CHARMJOEN CHURCH

멋진 하나님의 사람, 맛깔나는 신앙생활, 흥겨운 성도의 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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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에어컨
작성자 : 작성일 : 2024-08-04조회 : 15

에어컨

주일 예배 마치면 아내는 예배당과 화장실 청소를 한다

사택과 목양실 그리고 쓰레기와 재활용품 정리는 내 몫이다

! 덥다 더워! 삼복더위라는 말이 실감 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뒷목 골을 타고 흐른다

일을 마치고 예배당 안으로 들어오면 그야말로 무릉도원 신세계다

에어컨 바람이 땀은 물론 스트레스까지 시원하게 날려 버린다

너무나 고마워 덥석 안아주고 싶은 충동까지 생긴다

20년도 더 된 에어컨이 역할을 충실히 해 주고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김포로 예배당 이전할 때 신월동에서 사용하던 에어컨을 사용하려 했었다

당시에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에어컨 상태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삿짐에 너무 지친 나머지 실외기를 올릴 수 없어 다음날 올리기로 했다

동진 집사가 밖에 두지 말고 1층 로비로라도 들여놓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실외기인데 밖에 두어도 괜찮다 한 것이 사고의 발단이었다

다음날 내려가 보니 실외기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이사하며 버린 물건인 줄 알고 가져간 모양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의 허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치고 피곤한 상태라서 더 견디기 힘들었다

몸체만 덜렁 남아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짝을 잃은 에어컨 몸통은 10여 년 지난 지금도 3층 계단에서 짝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는 교회도 이전해야 하니 기다림의 끝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교회 형편이 녹록지 않았던 때라 새 에어컨 구입을 생각할 수도 없었다

전에 있던 교회가 십여 년 사용하여 낡아 교체하려던 것을 급한 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 후 10여 년 사용하고 있다. 딱 한 번 고장을 일으켰을뿐이다

지금까지도 성도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하는 녀석이 대견하고 고맙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내는 전기 아낀다고, 예배 시간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었다

식사 준비할 때면 땀으로 범벅이 되는데도 말이다. 그런 생각 하면 미안하기 그지없다

올여름에는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예배 시간 외에도 종종 사용한다

아끼는 것보다 여유롭고 쾌적한 휴식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나 보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남은 힘 모두 짜내가며 일하는 녀석이 애처로워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의 남은 인생 설계도 새롭게 그려본다. 목양실 에어컨도 참 고마운 존재다

얼마 전 고장인가? 싶더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 별문제 없이 작동하고 있다

한 해, 두 해 연명에 연명을 거듭하며 여기까지 온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올여름 잘 버티어 주어진 사명 완수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목양실 에어컨도 적지 않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고모리에서 개척 당시 주혁이가 압류(押留) 물건을 취급하고 있었는데, 그때 저렴하게 구입한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사업은 조폭들이 하는 것이었다

채무를 갚지 않는 채무자 소유 물건을 압류하여 거래하는 것이다

더러는 합법적인 물건도 있겠지만, 공갈 협박을 통해 강탈하다시피 획득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래서 물건값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것이다

주혁이는 그것을 모르고 자금도 투자하고 영업도 하다 큰 손해를 입었다

내게 와서 유망한 사업이라 할 때부터 이상하다 싶어 말렸었다

하지만 욕심이 이끄는 대로 시작해 모았던 돈까지 다 날린 것이다

그리고 겨우 받아낸 것이 중고 운동기구와 전자제품 몇 개뿐이었다

그것을 교회 창고에 보관해서 한가지씩 처분해주었다

목양실 에어컨이 그때 구입한 것이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주혁이는 참좋은 교회 청년 1호이자 개척에 큰 힘이 되었던 친구다

장사할 때 전도한 청년인데, 교회 개척과 동시에 함께 신앙생활을 한 것이다

목양실 에어컨을 볼 때마다 주혁이 생각을 하게 된다

더 잘해주지 못하고 충분히 지도해주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이 에어컨 구입 당시에는 주인의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랑도 받았을 것이고 말이다

주인집 형편이 좋았다면, 이렇듯 압류당하고 경매에 끌려다니는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가정의 흥망과 함께하였고, 조폭의 손을 거쳐 청년 성도를 통해 목양실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감사한 것은 험한 시간을 전 전 했지만, 목양실에서 10여 년을 봉사할 수 있었다는 거다

말하자면 나의 목회 역사와 함께했다는 것이다

더운 여름에 이 에어컨이 없었다면 설교 준비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머리가 뜨거워지면 아이디어는 물론 아무 생각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배당이나 목양실 에어컨은 복 받은 것이다

쓰임 받는 과정은 험했지만, 마무리는 거룩한 일에 동참하였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 통해 많은 교훈도 얻게 된다. 인생살이는 누구 할 것 없이 험하고 고단하다

하지만, 거룩한 주님의 사역에 동참하여, 전제(奠祭)와 같이 부음이 되는 마무리라면! 이보다 복된 삶이 또 어디 있겠는가!

 

사랑방이야기 제 523에어컨

글쓴이 : 이 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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