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耳順)과 성령 충만’

공자님께서는 논어 위정편에서 예순 살이 되면 생각이 원만해지고 

무슨 일이든 곧 이해가 된다는 뜻에서 예순 살을 이순(耳順)이라 하였다. 

글자의 뜻대로 풀어보면 귀가 순하여지는 나이라는 것이다. 

귀가 순하여진다는 뜻은 무엇인가? 어떤 말을 듣든지 순리에 맞게 그리고 거친 말도 유순하게 새겨듣는다는 거다. 

말귀를 알아듣고 무슨 말이든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거칠고 비상식적인 말도 부드럽고 상식적인 뜻으로 순화하여 들을 수 있는 내공을 드러내는 나이라는 뜻도 된다. 

어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시기가 이순(耳順)이라는 것이다. 

내 나이도 벌써 이순(耳順)을 넘긴지 오래다. 

그런데 그 수준에 도달했는가? 라고 자문해본다면,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도 순리적 해석 보다는 감정적 해석을 더 많이 한다. 

듣고 순화시키는 능력 또한 부족함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어르신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왠지 어색하고 부끄럽다. 아내도 지난해에 이순(耳順)을 넘겼다. 

돌아보면 루리 부부싸움의 발단은 듣는 그대로 반응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아내의 말을 남편들 대부분이 들리는 대로 해석하고 반응한다. 

아내들은 말 한마디에 많은 메시지를 담는 것 같다. 남편들로서는 쉽게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여러 함수를 종합해야 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핀잔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편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많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그나마 말귀를 조금 알아듣게 되어 다툼이 적어졌다. 

아직도 이순(耳順) 내공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말이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귀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남자는 ‘듣는 귀’, 여자는 ‘말귀?’다. 

보편적으로 부부싸움 대부분은 이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다. 

같은 말을 했는데도 해석하는 내용이 다른 것이 문제다. 

이해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말귀’도 못 알아듣는 사람이라 한다. 

나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젊은 시절에는 듣는 대로 반응하는 ’듣는 귀‘만 작동했기 때문이다. 

인생 경륜이 싸여가다 보니 아직 완전하다 볼 수는 없지만, ‘말귀’로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말귀’로 듣는 것이, 자유롭다는 얘기는 아니다. 

온전히 ‘말귀’로 들을 수 있는 이순(耳順)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말귀를 알아들을 만하니, 황혼을 맞는 것이, 남자의 일생인가 보다! 

싱숭생숭 가을 남자의 가슴에 씁쓸한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 교회는 늘 젊은 교회라 생각해왔었다. 

어느새 이순(耳順)을 넘긴 성도들이 제법 된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말귀’를 가진 성도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순의 부드러움과 관용을 지닌 바람직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소망을 갖게 한다. 

소는 풀만 먹어도 맛있고 유용한 젖을 만들어 낸다. 

소 같은 성도들로 가득한 교회!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 

혹여 부족한 설교를 해도 맛있고 유용한 젖을 내는 소 같은 성도라!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렇다면 나는 소 같은 목사인가? 돌아보게 된다. 

거칠고 험한 말투에도 상처받지 않고 그것을 재료 삼아 좋은 음식을 만들어 양들을 먹일 수 있을까?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듣는 귀’보다 ‘말귀’로 반응하는 목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할 뿐이다. 

말귀로 반응하는 공동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사람의 말귀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하나님의 말귀는 어찌 알아들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말귀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보시며 답답해하셨을 주님을 떠올리면 죄송함을 금할 길이 없다. 

하나님의 말귀를 알아듣게 하시는 분이 보혜사 성령님이시다. 

하나님 말씀을 깨닫게 하시는 지혜의 영이 성령님이시기 때문이다. 

도무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를 도우시려 보혜사로 오신 것이다. 

하나님 뜻에 합당한 기도조차 할 수 없는 우리를 위해 한없는 탄식으로 대신 기도해주시는 분이시다. 

성령님으로 충만하여야 하늘 뜻을 깨닫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주님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람은 성령 충만한 사람이다.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말귀는 바로 성령님이신 것이다.

참좋은교회 성령 충만! ‘말귀’로 반응하는 멋 맛 흥 공동체이길 소망한다.

사랑방이야기 제 528호 ‘이순(耳順)과 성령 충만’

글쓴이 : 이 능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