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좋은교회

CHARMJOEN CHURCH

멋진 하나님의 사람, 맛깔나는 신앙생활, 흥겨운 성도의 교제

참좋은교회

CHARMJOEN CHURCH

멋진 하나님의 사람, 맛깔나는 신앙생활, 흥겨운 성도의 교제

사랑방 이야기

친구야 보고 싶다.
작성자 : 작성일 : 2024-06-16조회 : 16

친구야 보고 싶다.

친구야! 자네 사랑하는 딸 영란이 결혼식에 다녀왔네

먼저 축하하고 축복함세! 예쁘고 바르게 잘 키웠더구나

사위도 듬직하고 인상도 좋아 안심해도 될 것 같네

오늘처럼 복되고 즐거운 날 자네의 빈자리가 느껴져서 마음 한켠이 허전했다네

자네는 얼마나 함께하고 싶었겠나! 생각하니 더욱 자네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들었다네

식장에서 자네의 옛 사진 영상을 보는 순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네

누구보다 자네와의 추억이 많았었지. 아랫마을로 이사 오면서부터 자네 집 건넌방은 마실방이 되었었지.

 아픈 청춘 이야기로 마음을 달래기도 했고, 형편없는 개똥철학을 논하곤 했었지

고등학생 시절에는 자네 친구들이 미군 부대 도색 잡지를 가져와 저수지를 돌며

달빛 소나타의 황홀경에 빠져 보기도 했었지

기력이 활화산 같던 시절 그 강렬한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했었다네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애매한 녀석들이 미친 듯이 술 퍼마시며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낸 것은 어떻고

자네를 통해 담배도 처음 접하고 맛도 모르면서 빨아 대다 보니 어느새 꼴초라는 별명도 따라다녔었지

그랬던 내가 목사라니 인생 참 우습지 않나? 자네가 일찍이 담배 가르쳐 준 덕분에 빨리 끊을 수 있어 감사? 하고 있다네

그로 인한 대가도 적지않이 치뤘지만,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날 기회도 되었던 것이니, 후회나 원망은 조금도 없다네

포르노 보고 술 마시고 담배 피워대는 청소년들을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지

목사로서 성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되었을걸세

보순이만 대학가고 다른 친구들 모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었지

나는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고 새내기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던 때였네

일의 강도가 장난이 아닌 한강 다리 공사에 자네와 동수가 같이 일할 때 생각도 난다네

참 많이도 찾아갔었지.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좁은 숙소에서 칼잠 신세 져가며 더러운 한강 물에 양치질도 했었지

지금 같으면 구역질 몇 번은 했을 듯싶은데 말이야. 그마저도 즐거워했으니역시 젊은 날이 좋긴 좋은 모양이야

여름 햇살에 달구어진 뜨거운 철판을 나르느라 손에 군데군데 박힌 굳은살 보여주며

고단한 일상을 토로하기도 했었지. 참 자네의 성실함과 인내심은 대단했었네

내가 전산 주특기로 군대에 가게 되자 자네도 전산병으로 입대했었지

우리 둘 다 몸이 아파서 그 주특기를 찾아 먹지 못해 아쉬워했었지

지난번 마치미 친구들이 모여 자네를 추억했다네

장순이가 국순이 입대 전날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네

나는 45년 만에 보는 사진이었지. 친구들이 그리도 파릇하고 잘생긴 시절도 있었구나! 감회가 새로웠다네

사진 속 한 사람은 누군지 도무지 모르겠는데, 우순이가 용린이 라고 해서 무릎을 쳤다네

용린이의 젊음의 때가 그렇게 몰라볼 정도로 꽃미남이었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네

자네 얼굴도 그에 못지않은 느낌을 받았으니 그리 서운해 말게나! 어찌 된 일인지 나만 빠져있어서 아쉬웠다네

국순이는 사진을 보면서 자네가 깎아준 머리 이야기를 하며 잠시 회상에 잠기더구나

국순이는 네 덕 많이 본 거야! 좋은 아내에 늦둥이 자식까지 얻고 행복에 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말일세

덕분에 막내처럼 보이는 젊음도 유지하고 있지 않겠나

자네는 참 좋은 친구였다는 것을 모두 인정하기도 했으니 기뻐하시게나

희옥이와 연애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네! 중학생 때부터 그렇고 그런 관계였다며

응큼한 녀석! 그래도 자네는 밉지 않은 멋진 친구라 용서함세

자네가 우리 곁을 서둘러 떠난 것은 야속하지만, 아름다운 나라에서 주님과 거닐 생각을 하니 서운함이 사라진다네

우리 곁을 떠나기 전 주님 만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아마 지금 확실히 느끼고 있을 걸세

자네가 교회에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를 걸세

찬양대도 참여하고 소그룹 활동도 열심히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주님께 무한감사 기도를 드렸다네

더군다나 성지순례까지 다녀오는 기염을 토할 때는 감동! 또 감동! 이었지

돌아보면 자네가 그리도 열심히 신앙에 매진했던 것도 떠날 준비를 확실히 하려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네.

 놀라운 주님의 은혜를 입은 복된 사람이지

열심히 살았고좋은 가정도 세워, 영석이에 영란이까지 혼사를 치뤘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자네를 마지막 보던 날 영란이에게 목사님 오셨다고 인사드리라며 반가워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네

의연하게 병간호하던 영란이 모습도 인상적이었네

자네 가슴에 손을 얹고 눈물 흘리며 기도하던 때도 이제 많은 시간이 흘렀다네

자네 볼 날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 아니겠나

오는가 싶더니 떠나는 것이 인생임을 재삼 깨닫게 되네

하고픈 말은 너무 많은데, 내일이 주일인지라 이만 줄여야 할 것 같네

자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딸 영란이 결혼, 다시 한번 축하하고 축복함세

다시 만날 그날을 고대하며 주님 주신 사명 잘 감당토록 노력하겠네

물론 자네도 그곳에서 기도해 주리라 믿고 있네!

이 땅에서 채우지 못한 것들 참사랑의 나라에서 흡족히 채우고 누리시게나! 샬롬~~!

 

사랑방이야기 제 517친구야 보고 싶다

글쓴이 : 이 능 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