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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자전거
작성자 : 작성일 : 2024-09-01조회 : 5

자전거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시원하다

에어콘 그늘을 벗어나면 숨이 막힐 것 같았던 폭염도 계절의 순리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더위로 힘겨운 하루하루 견뎌야 했던 여름인지라 가을 전령이 더 반갑다

가을을 비롯한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런 더위가 끝없이 이어지는 나라들도 많기 때문이다

내게 줄로 재어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16:6) 

시편을 읊조리는 맛이 어느 때 보다, 맛깔스럽다

더워도 걱정, 추워도 걱정하며 사는 존재가 인간이다

하지만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존재도 인간이 아니던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한 환경이 주어진 것은 큰 복이다. 수개월 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있다

전철역까지 출퇴근하라며 동생이 형주에게 선물한 자전거다

그런데 자전거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톡 버스가 등장한 것이다. 덕분에 자전거가 내 차지가 되었다

더위로 인해 잠시 타지 못했던 자전거를 꺼내 들었다. 복장도 제대로, 챙기고 성급한 가을맞이 하이킹에 나섰다

하이킹이라 했지만 실은 정안이 집을 왕복하는 수준이다. 기분이 참 상쾌하다

자전거를 타지 않은 기간이 오래되어 처음에는 서툴고 어색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탓 던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으니 말이다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에 얽힌 사연들을 떠올려 본다. 중학교 입학 때까지 자전거가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코흘리개 시절부터 십리 길을 고무신 신고 걸어서 통학했었다

두 시간에 한 대 다니던 승합 버스가 6학년 되던 해에 운행하기 시작했다

요금은 5원이었는데 그 돈이 없어 대부분 걸어 다녔다

어쩌다 용돈 한번 생기면 타볼 수 있었던 버스의 편안함

땀 뻘뻘 흘리며 걸어가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드는 맛이란

걸어 다니던 촌놈에게는 신세계 바로 그것이었다. 중학생 때 운동화를 처음 신었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친구들이 하나둘 자전거를 타고 다녔기 때문이다

운동화 신고 걷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천후 자가용 자전거가 등장한 것이다

결국 부모님께 조르고 졸라 자전거를 손에 넣었던 기억은 내 인생 손꼽을 정도의 기쁜 날이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학교에서 실용 자전거 경주까지 열렸었다

한 선배가 쌀가마 싣는 짐 자전거를 끌고 참가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모습을 보며 모두 웃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자전거가 진짜 실용 자전거다

비정상이 박수받고 정상이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 허다한 것이 세상이다

무거운 짐 자전거를 가지고 출전하여 최선을 다하던 괴짜 선배의 남자다운 모습에 매력을 느꼈던 모양이다

군에 입대하기 전 청 자켓에 바지까지 한 벌 빼입고 폼나게 자전거 타고 언덕을 내리 달렸다

동네 꼬마 녀석들이 축구공을 달리는 자전거 앞에 차는 바람에 족히 3~4m는 날라 떨어졌다. 숨도 쉴 수 없었다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고개를 들어보니 녀석들은 내가 넘어져 뒹구는 모습이 그렇게 우스웠던지 낄낄거리고 있었다

어린 동생들이라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이 더 화가 난다

거기에 새로 멋지게 빼입은 청바지가 너덜너덜 찢겨 졌고, 그 사이로 피까지 스미고 있다

순간 망가진 자전거와 다친 몸 생각은 나지 않고 찢어진 옷 생각만 났었다

한창 멋 부릴 나이라 그랬을 거다. 지금 생각하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꼬마 녀석들의 웃음거리가 되도 싸다

그때의 악몽이 4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것을 보면 당시 받았던 충격을 짐작할만하다

군 제대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함께 생활했던 동료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얼마나 많이 마셨던지 이후의 상황은 지금까지 기억나지 않는다.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베개, 이불이 피투성이였다. 얼굴과 베개는 피가 굳어 엉켜 떨어지지도 않는다

함께했던 친구가 들려준 얘기로는 내가 집에 가겠다며 포장마차 옆에 세워져 있던 친구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는 거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래저래 술이란? 득보다 실이 많은 놈이다. 그 후로는 자전거를 탓 던 기억이 없다

혜주 상훈이가 자전거 타는 모습 대견하게 보아준 것이 전부다. 요즘 자전거가 좋다 보니 속도도 장난이 아니다

철저한 보호장구 착용과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지금 타는 자전거는 친구이자, 젊음을 되찾아주는 회춘 약이다

자전거에 오르면 나이도 잊는다. 복잡한 생각들도 지워진다

그저 어린 시절, 청년의 때로 돌아갈 뿐이다. 앞으로 얼마나 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의 벗이 되어 함께 달리고, 즐기고,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사랑방이야기 제 527자전저

글쓴이 : 이 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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