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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죽음을 관조(觀照)하다.
작성자 : 작성일 : 2024-06-30조회 : 16

죽음을 관조(觀照)하다.’

잦은 염증으로 고생하던 잇몸에서 피가 난다. 어금니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도 임플란트를 많이 해 본 터라 때가 되었구나! 라는 예감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치과 검진을 받자마자 발치 판정을 받았다

반세기를 섬겨주며 함께한 고마운 치아 한 개가 또 내 곁을 떠난다

주치의는 오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임플란트를 해야 한단다

뼈 소실이 많아 얼마간 두고 보면서 시술하자는 제안도 한다

사진 속 헝클어진 치열이 오늘따라 더 애잔하게 느껴진다

불과 한 달 전에 두 개나 씌웠는데 또 임플란트라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 않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 임플란트가 열여섯 번째다. 거기에 브릿지 한 개, 씌운 것이 네 개다

남은 치아와 치주골 상태도 부실하다. 아프고 고단했던 지난날의 흔적들이다

건강하게 관리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애절한 마음도 든다

사진을 가리키며 이제 남아있는 내 치아는 몇 개 안 되네요!”라고 원장님께 독백처럼 주저려 본다

어떤 치아든 있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라고 원장님은 담담히 받아주신다

늘 생각해오던 것이지만, 오늘따라 그 말이 큰 위로가 된다. “너무 감사하네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하기야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환자를 보아오셨겠는가! 그중에는 나보다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니 내 상태는 대수롭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으로라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어디냐는 것 아니겠는가그렇다! 감사하기 이를 데 없다

돌아오는 길에 치아의 흔적과 인생의 흔적들이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참 튼튼하고 정교하게 만들어 주셨다

다만 내 치아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부실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관리 영역과 무관하다는 책임 회피성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 지경까지 오게 한 책임을 통감하고, 치아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관리만 제대로 했다면 이 상태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로 돌아와 보니 보일러 기름통이 비어있었다

지혈 꺼즈를 물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그만 보일러 기름 두 통을 사서 3층까지 들고 올라왔다

숨을 헐떡이고 기름통을 내려놓는 순간 아차! 싶다

발치 하고 아직 두 시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혈 도중에 무거운 것을 든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아니나 다를까! 입안에 피가 빠르게 고이기 시작한다. 지혈 꺼즈를 빼내자 핏덩어리들이 쏟아진다

기름도 넣지 못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피를 뱉어냈다

출혈이 더 심해져 입안과 세면기가 온통 피투성이가 된다. 몇 번을 뱉어내도 마찬가지다

순간 아버지께서 발치 한 후 지혈이 되지 않아 돌아가실뻔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러다 나도?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예비로 가져온 꺼즈를 연신 갈아 물고 두 시간을 더 기다렸다

그런데도 지혈이 되지 않고 입안에 순두부처럼 된 핏덩어리들이 뭉클거린다

아내는 양주에 있고 나 홀로 있다. 이럴 상황에 혼자라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힘든 것인가

혼자 살고 계시는 성도들 생각도 하게 된다. 피가 멎지 않고 출혈이 심해지자 죽음까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죽음을 관조(觀照)하며 담담해지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놀랍다! 이런 상태로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지난 내 삶이 많이 고단했나 보다

반면, 미련 없이 잘 살았다는 만족감에서 그랬을 수도 있고 말이다

문득, 이런 상태로 주님 앞에 간다면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 칭찬은커녕 책망만 받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주님의 지상명령인 전도는 몇 명이나 했나? 헤아려 본다. 가족 말고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명색이 목사요 주님의 종이라는 자의 열매가 너무 보잘것없어 부끄러워진다

가족과 성도들은 이런 모습으로 떠나는 나를 어떻게 감당할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벌써 밤 아홉 시다. 잠시 119에 전화할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생사는 주님께 달린 것이니, 맡겨드리기로 했다. 물론, 결과야 어떠하든 즐거이 순응하자

그리 결정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일까? 서서히 어지럼 증상이 나타난다

손발도 저리다. 더이상 지혈이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비상용 꺼즈를 다시 물고 기도드린다. 절박한 기도가 아닌, 죽음을 담담히 관조(觀照)하며 맡겨드리는 기도다

열 한 시 반쯤 피가 멎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꺼즈를 빼내니 조금의 출혈은 있지만, 핏덩어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꺼즈를 다시 물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자정쯤 되자 피가 멎었다

목에 넘어가다 걸려있는 핏덩이들을 뱉어내고 양치를 하는데 피 냄새가 역겹다

이참에 나를 괴롭히던 염증들이 다 빠져나가고 건강한 피로 갈이를 했으면 좋겠다! 라는 

소망을 주님께 올리며 무릎을 꿇는다. “주님! 죽음을 미리 관조(觀照)할 수 있게 하여 주심 감사드립니다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스런 모습으로 뵈옵는 그 날 되게 하소서

남은 삶 주님의 선하신 뜻대로 인도하여 주소서!” 아멘~~^^

 

사랑방이야기 제 518죽음을 관조(觀照)하다.’

글쓴이 : 이 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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