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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어머니와 강냉이
작성자 : 작성일 : 2024-05-12조회 : 20

어머니와 강냉이

형주와 혜주가 어버이날을 앞두고 양가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사돈처녀와 상훈이까지 온 가족이 함께한 자리다. 마음이 흐뭇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잔하기도 하다

효도하는 자식들이 주님 약속하신 복 받을 것을 생각하니 흐뭇한 것이고

그리 풍족하지 못한 살림에 부모 섬기려는 모습이 애잔한 것이다

축복기도를 하면서,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나의 모습도 돌아보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왠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온다

옥수수 강냉이 한 대접 쏟아놓고 먹기 시작했다

허전한 마음도 채우고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을 먹었으니 입안도 텁텁해 서다

그때 아내는 부대에 잘 복귀했다는 상훈이 전화를 받는다

아빠는 강냉이 중독이란다.”라는 생뚱맞은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다

강냉이 봉지가 줄어드는 것 보면 약간의 불안증세도 있으니, 중독 전초 증상? 아니 중독보다는 마니아라는 말이 맞을 듯싶다

강냉이는 가성비 끝판왕이다. 한 대접도 안 되는 곡물을 강냉이로 만들면 한 자루나 된다

아무리 먹어도 배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말이다

커피 한 잔 값이 5천 원 내외라는 것을 감 안 하면 같은 양이 어림잡아 3백 원도 채 안 되는 강냉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가난한 시절 기발한 발명품이 뻥튀기 기계다. 서민들의 결핍과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달래준 고마운 기계다

적은 투자로 양도 많아 오래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니던가

개운치 않은 입안도 말끔히 정리해준다. 심란한 마음도 안정시켜준다. 그리 고마운 존재가 강냉이다

가난한 나라 선교 도구로도 그만이란다. 조부님은 쌀 강냉이를 참 좋아하셨다

그래서 사랑방에는 늘 강냉이가 있었다. 어쩌다 조부님이 은혜를 베푸시기라도 하면, 조그만 두 주먹에 움켜쥐고 기뻐 뛰었던 기억도 난다

뻥튀기 아저씨가 마을에 오면 어머니는 진동항아리(비상식량을 넣어두는 항아리)를 비워서라도 강냉이를 튀겨 오셨다

대단한 효심을 보여주신 것이다

어린 시절 뻥 뻥 뻥이요라는 외침이 들리면 달려가서 튀어나온 강냉이들을 주워 먹는 기쁨도 누렸었다

요즘 말로 득템의 기쁨 말이다. 어찌나 구수하고 맛이 있던지

모든 것이 풍요로운 지금도 강냉이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그때의 행복한 정서가 남아있는 모양이다

가난하던 시절 자식들 배를 채워주지 못하는 어머니의 안타까움 해결사도 강냉이다

자식 배를 채워주고 푼 어머니 사랑을 그것으로 표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강냉이 하나에도 이런 깊은 뜻이 담겨있을 줄이야

모든 것이, 고마운 존재들이라는 심오한? 강냉이 철학도 읊조려 보게 된다

오늘따라 강냉이와 같은 따뜻하고 구수한 어머니 사랑이 더 그리워진다

나도 이제 머리에 흰 눈이 쌓인 할아버지가 되었다. 하지만 어머니엄마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날이다

다시 만나 그 품에 안길 날도 기다려진다. 불효자가 무슨 낯짝으로 뵈올까! 걱정도 되지만 말이다

돌아보면 어머니는 내게 공부 못한다고 책망하셨던 기억이 없다

그저 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대견하고 자랑스러워하셨을 뿐이다

학교 문턱도 가 보시지 못했던 분이라 그러셨을까? 훌륭하게 자라야 한다는 바람도 없으셨다

그냥 자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를 감사하셨다. 남들과 비교도 하지 않으셨다

당신의 아들이라는 사실만 생각하시고 마음껏 사랑하셨을 뿐이다

자식에게 호강 받기를 바라지도 않으셨다. 오로지 자식들 잘 먹고 잘사는 것에 대한 바람뿐이셨다

눈을 감으시면서도 잘살아라!” 한마디 하셨을 뿐이다

아버지에 대한 불평과 원망도 들어보지 못했다. 평생 지아비에 대한 권위를 존중하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셨다

이는 우리 자식들이 평탄하고 행복한 가정생활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조부님께 지극정성으로 강냉이를 챙겨드리셨지만, 정작 당신은 그마저도 마음껏 드실 수 없는 삶을 사셨다

가난한 집안의 맏며느리로 시동생과 시누이들 가정 꾸려 주시고

자식 5남매 건사도 하셔야 했기 때문이다. 강냉이인들 편하게 드실 수 있었겠는가

지금은 강냉이 몇 트럭도 만들어 드릴 수 있는데, 드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엄마와 몇 날 며칠이고 구수한 강냉이 마음껏 먹으며 지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앞치마로 훔쳐내지 못하셨던 남은 눈물도 닦아 드리고 싶다.

 

사랑방이야기 제 512호 어머니와 강냉이

글쓴이 : 이 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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